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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츠림에서 탈피로

배경

내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 소모임의 2026년 4월 선정 도서 중, 가장 철학에 가까운 책이었다. 자연히 흥미가 갔고, 그 흥미가 신청 버튼까지 이어졌다.


이 책을 읽게 된 배경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를 꼽자면, 나의 아버지는 니체를 정말 싫어하신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니체의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이에 대한 나의 감상은 뒤에서 다시 다루기로 한다.


이 책은 내가 처음으로 완독에 도전한 공식 철학 서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 칸트의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을 구매했지만, 끝까지 읽어내지는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여유를 가지고 책을 펼쳤다.

그럼에도 같은 주 수요일에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로 소모임이 있었던 터라, 금요일 일정으로 잡힌 이 책에 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다행히 목요일부터 읽기 시작해, 그날 10시간 남짓만에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전에 철학 서적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던 경험 때문인지, 이번에는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접근해봤다.

이 책은 각 섹션의 문단마다 번호가 붙어 있었는데, 나는 그 번호를 단위로 삼아 중요한 내용을 나의 언어로 요약해보았다. 동시에 그 옆에 나의 의견, 읽던 순간의 감정, 그리고 떠오른 궁금증들을 같이 적어 내려갔다.


처음에는 부정적인 시선이 아니라, 오히려 의문이 가득한 시선으로 책을 펼쳤다. 그러나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시선은 점차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었고, 어느 시점부터는 완전히 부정적인 관점에서 책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부정의 끝에서, 불쌍한 시선으로 옮겨가는 나를 발견했다.

10% 지점에서는 서로 모순되는 문장들을 발견하고는 웃음이 터졌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쉬운 부분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25% 지점에 다다르자, 니체가 하려던 이야기를 — 적어도 어느 정도는 —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감각이 생겼다.

마침 그 무렵 소모임 카톡방에서 방장님과 니체에 대한 비판적인 대화를 우연히 나누게 되었고, 그 대화는 책에 더 깊게 몰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50% 지점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솔직히 말해, 니체를 불쌍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 시점을 지나면서부터는 나의 언어로 요약하는 작업을 잠시 내려놓았다. 대신 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아쉬웠던 점을 한 문장씩 차곡차곡 덧붙여 나갔다.

아래 「책을 읽고 나서」에서, 그렇게 모인 문장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책을 읽고 나서

책의 내용을 조목조목 정리하는 일은, 이미 다른 분들이 잘 해두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 단순히 좋았던 부분아쉬웠던 부분으로 나누어보는 것이 나에게 맞겠다고 생각했다.


좋았던 부분


덧붙이자면, 이 책은 “여러모로 아쉬운 삶에서의 사유” 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라는 관점에서도 좋았던 것 같다.


아쉬웠던 부분

아쉬운 것은 확실했다.

니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사고방식을 — 그 위험성까지는 크게 고려하지 않은 채 — 너무 쉽게, 그리고 너무 넓게 퍼뜨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사람들의 사고와 의사소통이 혼란스러워지는 과정에, 조금은 기여한 것이 아닐까 — 하는 생각마저 슬그머니 들었다.


소모임의 발제문에 대한 답변

Q0. 책의 첫인상과 평점은?
A0. 1.5점.


Q1. 니체의 철학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경구, 노래 포함)
A1.


Q2. 나의 장점과 업적을 니체식으로 표현해본다면?
A2. — 진짜 하고 싶지 않다….

애초에 자랑을 그리 좋아하지 않고, 본인을 우상화하는 니체식 표현은 더더욱 싫다.

그래도 굳이 한 문장 짜내본다면,

— AI가 거든 니체풍 버전 —


Q3. 니체를 읽고,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나요?
A3.


Q4. 자부심과 자신감은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니체의 자신감은 어떻게 느껴지나요?)
A4. 부정적인 관점은 잠시 내려놓고, 그저 마주한 감정을 이야기하자면 —


Q5.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를 선물이라 표현했는데, 우리는 니체에게서 무엇을 받았나요?
A5.


— 그런데 이렇게까지 적어보고 나니…
니체는 이 책을 통해 ‘악’을 수행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주는 것이 아닐까 — 하는 생각까지 슬며시 들었다.

소모임에서 나눈 이야기

— 일요일 밤 10시. 하루 종일 잠을 잤는데도 피곤함이 가시지 않은 상태로 이 글을 써내려간다. 그 점을 감안해서 읽어주면 좋겠다.


모임 전 풍경

이번에도 일찍 갔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여유를 조금 충전하고 시작하고 싶어서. 그런데 막상 이번 소모임을 진행하면서 여유가 충분했는가 — 라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도착해서는 1인석에 잠시 앉아 있으려 했지만, 모임장도 일찍 오는 바람에 결국 단체석에 같이 앉게 되었다.


내가 막 도착했을 때는 모임장 외에 JH가 한 명 더 있었다. JH는 3개월 정도 활동하지 않다가 다시 참여한 거라고 모임장이 이야기해줬는데, 그런 상황을 두고 본인의 아량이 넓다고 표현했다. 그 순간 몇 가지 의문이 슬그머니 머릿속에서 자라나려고 했지만, 깊은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 뒤로는 수요일에도 봤던 JJ, YS, BB가 차례로 자리를 잡았다. 보여주기식 사진을 한 장 찍고, 첫 번째 발제부터 각자의 생각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첫 번째 발제 — 책의 점수와 평가

언제나 그렇듯, 첫 발제는 책의 점수를 매기고 평가를 남기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때부터 조금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책을 받아들이고 있구나 하고 느끼기 시작했다.


다만 나는, 여성의 존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서는 끝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내가 여성이 아니기에 위선적인 태도로 비칠까 봐 경계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추상적으로만 이야기해서 모임장이 몇 번이고 구체적인 부분을 짚어달라고 했지만, 그 부분을 따로 메모해두지 않아 옮기지는 못했다. 그게 조금 아쉽긴 했다. 한편으로는 — 그 자리에서 구체적인 문장을 꺼냈다면 모임장의 변호가 길게 이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차라리 말하지 않은 게 잘했다는 마음도 든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모르는 비하인드도 많을 텐데 조금 더 겸손했어야 했나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럼에도 다시 점수를 매긴다 해도 1.5점은 그대로일 것 같다. 맥락은 이해되지만, 각 문장은 의도적으로 자극적이고 위험하게 쓰인 것 같아 아직은 큰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


이렇게 적고 보니, 참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잘 안 기울였구나 싶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 어쩌겠는가. 다음부터는 내 방어기제를 누르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잘 들어봐야겠다.


두 번째 발제 — 인상 깊었던 부분


나는 니체가 스스로에 대해 만족했던 점이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불쌍한 감정도 들었다고 덧붙였는데, 이 부분에서 모임장이 — 불쌍한 감정을 가지는 것 자체가 ‘잘못된 시선’ 아니냐 — 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정확한 단어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순간 나는 (어쩌면 방어기제로 인해)그렇게 이야기하는 것 또한 ‘잘못된 시선’이 아닌가 —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입 밖에는 내지 않았다. 대신 그런가?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하고 일단 접어두었다.


세 번째 발제 — 나의 장점과 업적을 니체식으로


나는 마지막에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들도 힘들었던 일을 이겨낸 경험을 꺼냈기에, 나도 이전 회사에서 힘들었던 상황을 이겨냈던 경험을 꺼냈다.

준비한 내용도 아니었고, 사실 이전 회사에 대한 일은 아직 완전히 극복되지는 않은 일이라, 이게 과연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는 말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단 입 밖으로 스스로를 칭찬하고 나니 — 기분은 좋아졌던 것 같다. 다만 이전 회사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그 이후로 조금씩 위축되는 느낌은 끝까지 지우기 어려웠다.


네 번째 발제 —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가

신기하게도 이 발제에서는, 다들 비슷한 두 갈래로 생각이 수렴했다.


다섯 번째 발제 — 자부심과 자신감을 어떻게 활용할지

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다들 비슷한 맥락에서 — 자신감과 유연함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다만 YS는 한 발짝 더 나아간 이야기를 했다.

다들 이야기한 내용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결이라, 인상 깊게 남았다.


마지막 발제 — 니체에게서 무엇을 받았는가

이때쯤에는 체력이 거의 다 떨어졌던 것 같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인지,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모임이 끝나고


카페 앞 — 흩어지기 직전

모임원들이 모두 카페 앞으로 나왔을 때, 모임장과 몇몇은 배가 고프니 무언가를 같이 먹으러 갈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타이밍을 놓쳐 그 대화에 끼어들지 못했다. (사실 딱히 끼어들 이유도, 배가 그렇게 고프지도 않았다.)

결국 다들 역 근처에서 본인이 가야 할 방향으로 흩어지는 것을 택했다.


카페에서 역으로 — 모임장에게 던진 질문

이동하는 길에, 나는 모임장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 이 모임을 이끌어가는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어떤 원동력으로 계속하시는 거예요?

모임장은 — 잘 맞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았기에 이 모임을 계속해서 운영해나간다고 했다. 그리고 의외로, 모임 운영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같은 질문을 BB에게 토스해보았다. 더 많은 비하인드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 각자 가야 할 방향이 달랐기에, “다음에 이야기해보자” 는 말로 갈음한 채 모임장 · BB · 나는 모두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JJ와 함께 걸어서

이번에도 JJ와 함께 걸어서 집으로 갔다. 이번에는 비교적 밝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내가 풀었고, JJ는 “좋네요” 라는 말을 연신 반복했던 것 같다. 틈틈이 질문을 던져보긴 했지만, JJ는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답했고, 그럴 때마다 자연스럽게 다시 내 이야기로 이어지곤 했다.

JJ는 — 확실히 내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꽤나 즐겼던 것 같다.


집에 도착해서 — 모임장의 카톡

집에 와서는 모임장의 카톡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반말을 하면서 친해지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상당히 조심스럽게 꺼낸 탓에, 처음에는 — 정말 그런 의미가 맞나? — 긴가민가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는, 이제 개인적으로는 “형” 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동네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다만 — 느낌으로 서로 조금은 다른 시선을 가지고 살아왔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적당한 거리감을 지키는 친구로 지내야겠다는 마음도 함께 들었다.


하루의 끝에서

아주 늦은 시간에 일어나 모임에 참석한 것 — 그게 전부였던 하루. 그럼에도 꽤나 알차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하루였다.

그래서, 남은 한 줄

책의 페이지들과 소모임의 모든 대화들을 한참 뒤로 하고 보니, 이 모든 시간을 관통하는 한 줄이 남았다.

유연한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를 계속 탈피해 나가자.



흥미로운 점은, 네 번째 발제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관대하자” 쪽에 서 있었다는 것이다. 두 진영이 갈라져 있다고 느꼈던 자리에서 — 결국 나에게 남은 한 줄은 두 결을 모두 품은 한 문장이었다.

자신감을 토대로, 그러나 그 자신감에 묶이지 않은 채 — 지금의 나를 계속 벗어나며 살아가자.

그 한 가지를 데리고, 이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