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할 일도 없이 근처 공원에 나와 앉아 있다가, 그 김에 그동안의 근황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귀찮음이 컸다. 예전만큼 글을 쓰는 일이 간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
성형을 기점으로 정신 건강이랄까, 자신감이라 부를 만한 것이 꽤 나아진 게 느껴진다. 그런데 정작 그 전까지는 왜 글을 쓰지 않았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반추가 심해지니, 어쩌면 글을 안 쓰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일부러 어딘가에 정신을 팔아버리려고 노력했던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학기를 마무리하고 이런저런 일들을 하다 보니 시간이 빨리 지나갔던 것도 사실이다.
저번 글에서 썼던 것처럼 무드가 왔다 갔다 하긴 했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것을 기준으로, 수영과 러닝을 하다가 복싱까지 시작하게 되었다.
수영은 접영까지 배웠고, 성형을 하기 전을 마지막으로 수업을 마쳤다. 한 번은 새로 온 사람이 자유형을 잘한다며 얼마나 배웠는지 물어보기도 했고, 오래 다니신 분이 습득이 빠르다고 칭찬해준 적도 있었다. 뿌듯했다.
러닝은 5분 30초 페이스까지 만들었지만, 성형을 한 시점부터는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이제는 그 페이스가 다시 나올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복싱은 성형하기 전에 잠깐 등록해서 했는데, 예전에 복싱을 할 때보다 체력이 늘어난 것이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한 번은 관장님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자영업을 해보라고 강력히 추천하셨다. 그 뒤로 어떤 자영업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슬금슬금 기어나오고 있다.
사실 이렇게 공원에 나와 앉아 있는 것도, 아직 운동을 못하고 있지만 운동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운동한 효과가 있다는 속설을 은근히 믿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아침에 거울을 볼 때 스스로의 외모에 대한 불만이 은근히 있어왔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해서, 평생 안고 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매일 참고 견디던 문제였다.
그러다 의료 봉사회 시설 관리 봉사를 할 때 만났던 어린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성형이라는 방향을 진지하게 고려하게 됐다. 생각보다 무섭지도, 힘들지도, 비싸지도 않았고 오히려 훨씬 일반적인 일로 느껴져서 큰 고민 없이 진행하게 되었다.
아직 붓기가 빠지는 중이지만, 결과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외모에 관심이 별로 없는 친구들은 큰 차이를 못 느끼는 것 같지만, 아침에 거울을 볼 때는 이전보다 훨씬 기분이 좋다.
성형을 하면서 한동안 운동을 할 수 없었기에, 그 대신 음악을 선택했다. 심심해 죽겠다며 동생을 말로 괴롭히던 중, 동생이 던진 악기라는 키워드에 꽂혔던 것이다. 예전부터 음악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었고, 마침 예전에 친구에게 샀던 런치패드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런치패드를 연동하는 프로그램(DAW)을 직접 만들어, 한동안 루프를 찍고 연습했다. 그러다 보니 지식의 한계가 느껴졌고, 그 한계를 넘어보려고 melodics라는 학습 플랫폼을 구독해서 런치패드를 연습했다.
그러다 또 멜로디 쪽에서 한계를 느꼈다. melodics는 마스터 키보드를 연동해 멜로디를 연습할 수 있었기에, 작은 25키짜리 미니 키보드를 중고로 좋은 가격에 구했다. 그러고 나니 곡을 더 제대로 연습해보고 싶어졌고, 키보드가 턱없이 작다고 느껴 49키짜리 키보드를 또 하나 구매했다.
그렇게 키보드를 사고 나서는 이하이의 “한숨”을 한동안 연습했다. 그리고 그걸 위해 에이블톤 rent-to-own을 학생 플랜으로 결제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 무엇도 완성하지도, 지속하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런 낭만이 있으니까, 언젠가는 다시 할 거라고 믿는다.
독서 소모임은, 글쎄 — 딱 한 번만 더 나가보자는 마음으로 5월 말에 한 번 더 나갔었다. 그런데 뭔가 불편했다.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서 한 달은 쉬겠다고 이야기하고 쉬었다.
그리고 7월에 다시 일정을 신청했지만, 그 일정이 다른 일정과 겹쳤고 그 이후로는 울산에 내려갈 예정이었다. 더 이상 참여할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느껴 이야기하고 정리했다.
아쉬움은 크게 없다. 오히려 미련하게 매달렸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나가지도 않고 정리했는데도 아쉬움이 없으니까.
monstera.rahoon.site — 몬스테라가 네 번째 잎을 낸 기념으로 사이트를 더 예쁘게 만들고, 그동안 발생했던 문제들을 바탕으로 안정성도 개선했다. 이제는 어지간한 일로는 서비스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tome.rahoon.site — 나처럼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게 무엇인지 알 도리가 없어 무력해져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람들이 습관을 통해 스스로가 바라는 것을, 매일 하나의 미션을 통해 시도해보고 정리해 볼 수 있는 서비스의 초안을 만들어봤다.
qr.rahoon.site — 인스타였는지 유튜브였는지, QR로 파일을 전송하는 걸 보고 만들어봤다. 그냥 뭔가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나 어딘가에 쓰일 수 있을 것 같아서 만들어본 것이다. 언젠가는 쓸모 있지 않을까.
요즘은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걷기는 괜찮다고 해서 걷기는 하려고 하고 있다. 그냥 무턱대고 뛰던 그 트랙을 이제는 걷는다.
걷는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는 걸 느낀다. 걷는 사람도 저렇게 많은데, 나는 왜 항상 꼭 뛰려고만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이제 곧 울산에 내려간다.
서울에서 돈을 더 쓰고 싶지도 않고, 그럴 돈도 다 떨어져 간다. 어차피 10월부터는 공익 근무를 울산에서 해야 하니, 그 전에 내려가서 미리 적응해봐야겠다 싶다.
지난 몇 달간 하던 것들, 위에서 이야기했던 것들도 마음 가는 대로 다시 해보려 한다. 가장 어두웠던 시기에서 나를 꺼내준 방법들이기도 하고, 온전히 내가 가진 낭만 그 자체에 대해 고민해보고 선택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지금 가진 생각으로는, 울산에 가면 종합 격투기를 배워보고자 한다. 쫄지 말고, 할 말은 하자는 마음가짐을 가지려면 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 한동안은 많은 것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지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기 위해 걱정을 내려놓는 연습도 나름대로 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못할 것 같다. 돈도 부족해질 것이고 시간도 부족해질 것이고, 때때로 해결되지 않는 고민들이 자꾸 나를 흔들어 놓을 것이다. 공익 근무를 할 때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는 더더욱.
그런 상황에서 휘둘리지 않을 자신이 있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확신은 절대 서지 않는다. 그냥 마음속 여유를 잃지 말자고 다짐하고, 그게 먹히기를 기대할 뿐이다.
그럼에도 한 번은 어두웠던 시절을 지나오지 않았는가. 그러니 다시 한 번 어두워지더라도 잘 지나 보낼 수 있을 거라는 근자감을 가져보기로 한다.
기대하는 것이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앞으로 재미있는 일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조금은 기대해본다. 울산에서 운동을 하면서 누군가와 친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공익을 하면서 과한 책임감을 내려놓는 연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성형을 했으니, 사람들이 조금은 더 쉽고 친절하게 다가와 주지 않을까.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모르지만, 기대를 가져보는 게 나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적당한 기대는 또 살아갈 힘이 될 수도 있으니까.